[2008년 11월 6일 목요일]
버락 오바마와 공감의 중요성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1.6)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원칙, 즉 "네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를 정치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만약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들의 건강보험 지원비를 삭감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용자의 압박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내가 조시 부시와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의 시각에서 국제상황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중에서 (랜덤하우스, 72p)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요. 킹 목사가 '내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을 한 것이 불과 40여년 전인데, 백인과 함께 버스도 타지 못했던 흑인에서 대통령이 나온 겁니다.
2004년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상원에서 취임선서를 하기 전날. 그는 새로 당선된 상원 하원의원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시는 오바마를 한쪽 구석으로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괘념치 않는다면 충고 한마디 했으면 하는데."
"전혀 괘념치 않습니다."
"당신의 장래는 밝아요. 정말 밝지. 그러나 내가 워싱턴에 있어 봐서 하는 소리지만 이곳 생활이 정말 힘들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큰 주목을 받게 되면 사람들이 당신을 노리기 시작할 겁니다. 또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반드시 우리 쪽에만 있지 않으리란 점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당신 편에서도 나올 수 있지. 모두가 당신이 언제 굴러 떨어질까 하고 기다릴 겁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죠? 그러니 조심해야 해요."
사실 오바마와 부시는 많이 다릅니다. 출신 배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요. 오바마는 부시의 경제정책, 외교정책 등 대부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부시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부시와 그의 각료들은 나름대로 조국에 최선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수행하려 애쓰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말을 듣는 민주당원들은 놀랍니다.
'공감'입니다. 공감할 수 있는 마인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네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
오바마는 그의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이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여당과 야당이, 경영진과 노조가, 부모와 자식이 '공감'이라는 덕목을 갖고 대화할 수 있다면 세상은, 삶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대방의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런 공감 속에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면 나라의 미래는 밝을 겁니다.
경영진과 노조가 서로 상대방의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런 공감 속에서 일에 임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을 겁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를 보며 그가 이야기한 '공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