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1930년대의 대공황과 탁아조합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경제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0.24)
탁아조합은 다른 사람의 아이들을 서로 돌봐주며 한 시간 동안 다른 아이를 돌보면 쿠폰 한 장을 받아 다른 기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같은 협정은 얼핏 보기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게임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얼마만큼의 쿠폰이 필요할지 예측이 어려운 데서 발생했다. 회원들은 비상시에 유용하게 쓰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쿠폰을 벌어두려 했다. 다들 '일제히' 외출을 자제하고 남의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점점 더 외출을 삼갔고 쿠폰 지출에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쿠폰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게 되자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누구도 외출을 하지 않은 채 우울하게 집만 지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탁아조합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홍은주의 '경제를 보는 눈' 중에서 (개마고원, 137p)
오늘도 경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폭락하며 938.75를 기록, 1000선이 붕괴됐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15원이 넘게 오르며 1,424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주식뿐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업종을 막론하고 매출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감산에 나서고 있고, 해외에서는 유수의 기업들이 발표하는 감원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경제가 디플레이션까지 가는 것만은 막아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디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럴 때일 수록 침착성을 잃으면 안됩니다. 이를 위해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193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 그 후 수 십 년이 지난 1977년 '통화론과 그레이트 캐피탈 힐 탁아조합의 위기'라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이 탁아조합 이야기는 곧 대공황 이야기였지요.
맞벌이 부부들이 만든 탁아조합. 그들은 서로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탁아쿠폰을 발행합니다. 다른 집 아이를 돌봐주면 쿠폰을 받을 수 있고, 훗날 그 쿠폰으로 자신의 아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회원들이 쿠폰을 확보해놓기 위해 외출을 하지 않고 다른 집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하려는 생각이었지요. 외출하는 부부는 계속 감소했고 그 결과 쿠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져갔습니다. 결국 아무도 외출을 하지 않게 되었고 탁아조합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은 다름 아닌 이 탁아조합에서 일어난 사태가 국가경제와 세계경제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당시 경제위기에 공포감을 느낀 사람들은 일제히 소비를 크게 줄였고, 그 영향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자 기업들은 감산을 실시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대량해고조치로 이어졌고 실업률이 치솟으며 소비는 더욱 위축되었습니다.
탁아조합 운영위원회는 해결책으로 모든 조합원 부부들에게 매달 2회 이상 외출을 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쿠폰의 유통을 늘리기 위해서였지요. 이 조치로 탁아조합은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 경제에서도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와 기업들이 지갑을 닫고 감산과 투자축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탁아조합 운영위원회 격인 정부의 현명한 대책이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