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출퇴근·서서 회의하는 박 과장.. 살찔 틈이 없네
대중교통 출퇴근·서서 회의하는 박 과장.. 살찔 틈이 없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입력 2017.12.12. 09:13 수정 2017.12.12. 09:17
운동 안하고 활동 통해 열량 소비
계단 이용하기·집안일·산책 등 생활 속 움직임 많으면 체중 줄고 사망률·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져
심혈관질환의 발생 요인을 일상 속에서 찾아낸 전설의 논문이 있다. 1953년에 영국 의사들은 런던 버스 운전사와 차장(우리나라로 치면 안내양) 중 누가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잘 걸리는지를 살펴봤다. 1000명당 연간 발생률을 본 결과, 운전사는 2.7명, 차장은 1.9명에서 발생했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알다시피 운전사는 온종일 앉아 있다. 반면 버스 차장은 버스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손님의 승하차를 거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차비도 받고, 거스름돈도 내준다. 운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체 활동이 많았다. 그게 비만을 막고 동맥경화를 줄인 것이다.
1999년 미국의 유명 병원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는 똑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뚱뚱하지 않은 16명의 자원자를 모았다. 그들에게 하루 필요한 열량보다 1000㎉(칼로리) 더 높은 식단을 두 달 동안 제공했다. 별다른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8주 후,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체중이 가장 적게 증가한 사람은 고작 0.36㎏ 늘었지만, 가장 많이 증가한 사람은 4.23㎏이 늘었다. 체중 증가 폭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니트' 양이 살찌고 안 찌고 결정
이 연구에서 체중이 별로 늘지 않은 사람들을 보니 일상 속 움직임이 많아 신진대사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소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나서 움직이고, 뭔가를 이리저리 옮겼다. 집에서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이런 신체 활동은 운동이 아닌 움직임이다. 칼로리 소비와 연관지어 전문 용어로 '비(非) 운동성 활동에 의한 열 생산'(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이라고 한다. 영어 약자로 '니트(NEAT)'라고 부른다. 비슷한 직업, 유사한 거주 환경과 식습관 속에서 살이 찌고 안 찌고는 이 '니트'의 양이 결정한다.
회사원 김 부장과 박 과장을 비교해 보자. 김 부장은 자가용 출퇴근족이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한다. 박 과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에 다니고,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40세 안팎인 이들의 기초 대사율은 1500㎉로 비슷하다. 하지만 하루 신체 활동에 의한 에너지 소비는 '의자왕' 김 부장이 약 300㎉이고, '보행족' 박 과장은 약 700㎉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주 5일로 치면 2000㎉ 차이다. 이걸 김 부장이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로 만회하려면 한 번에 한 시간씩 4번은 가야 한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한 번에 최소 1시간 30분이 든다. 회사생활 하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김 부장의 배는 갈수록 불러오고, 박 과장은 날렵한 몸을 유지한다.
◇많이 움직이면 심혈관질환도 줄어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움직여라. 정기적인 운동을 하더라도 일상 속 활동이 많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움직이는 만큼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해서, '니트'를 올려야 한다.
니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는 것 외의 모든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버스나 지하철 한두 정거장 정도 일찍 내려 걷기, 청소하기, 설거지하기, 세차하기 등 일상에 무수히 많다. 최근 세계 17개국 13만명 대상 연구에서 이런 '니트' 양이 많을수록 살이 빠질 뿐만 아니라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발생률도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져 저명한 학술지에 실렸다.
니트 연구의 대가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 연구소에는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도록 사무 환경을 바꾸었다. 의자 없는 회의실에서 서서 회의를 한다. 인터뷰나 상담도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건강을 지키는 신체 기술 '니트'를 당신은 갖고 있다. 니트를 마음껏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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